교우편지

영원한 약속을 따라서 ...

w 장진 집사

    태어나서 처음 비행기란 것을 타고, 두려움과 흥분, 그리고 어머니의 눈물을 뒤로하고 마약과 내전으로 유명한 콜롬비아로 향한지 벌써 13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그 후로 잠깐 한국에 체류한 것을 제외하면 거의 10년 이상을 외국에서 지낸 셈이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처음 콜롬비아로 출국할때 공항에서 집으로 가는길에 어머니는 울움이 붇받쳐 도저히 운전을 하실수 없었고 공항 활주로 가까운 길에 차를 세워두고 여러대의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을 서서 지켜보셨다고 한다. 그때 흘리신 어머니의 눈물에는 어찌보면 남들과 달리 좀 별나게 살아가는 자식 앞에 놓인 여러 어려움들을 예상하는 어미의 마음이 녹아있었음이 틀림이 없다. 그리고는 하늘높이 떠나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그 어느때보다도 간절한 마음으로 절대자에게 아들의 안위를 부탁하는 기도를 했음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어머니의 예상대로 어려움은 없지 않았다. 가깝게는 의사소통과 학업의 어려움으로부터 심하게는 길에서 만난 강도, 나아가 집으로 찾아온 강도에 이르기까지 별별 일들이 있기는 하였다. 하지만, 언제나 주님은 생명만은 지켜 주셨고 부모님의 간절한 기도와 본인의 얄팍한 믿음을 불쌍히 보시고 감사하는 마음을 선물로 주셨던것 같다. 죄많은 곳에 은혜가 더한다는 성경 말씀처럼, 어려움과 위험이 따를 수록 믿음은 깊어지는 것 같다. 돌아보면 콜롬비아에서의 3년이 가장 어린아이와 같은 믿음으로 매어달린 시기가 아니였던가 싶다. 잠자리에 들때마다 오늘 하루도 생명을 지켜주신 주님께 진심으로 감사했었다.

꼭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은 인생이 뜻대로 되는것이 아님을 심심찮게 고백한다. ‘내인생은 나의것’ 이라는등, ‘우주의 근본은 인간이다’는 등의 말들을 하면서도 말이다.

 내 인생가운데서도 뜻하지 않게 열린 콜롬비아의 유학생활, 우리 형편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미국 유학의 길, 그리고 지면에 다 담을 수 없는 소소한 일들을 통하여 주님의 손길이 삶을 주관하신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수 없게 해 주셨다. 그 와중에 내가 한가지 배운것이 있다면 그것은 주어진 환경에서 감사하고, 주님의 영광을 위해 살면, 주님은 우리에게 축복으로 다른 환경에서도 감사할수 있는 마음을 선물로 주신다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이 세상기준으로 더좋게 보인다, 아니다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것 같다. 결국 어떠한 환경에서도 감사할수 있는 마음을 갖는것 그것이 축복이 아니겠는가 라고 생각해본다.

요즈음 우리부부는 이사 준비로 바쁘다. 아름다운 애쉬랜드에서의 짧은 휴가를 뒤로하고 새로 허락하신 일터를 향해 인디애나의 업랜드(Upland)라고 하는 조그만 시골로 간다. 학교(Taylor University)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큰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시골 마을이다. 어스틴에서 애쉬랜드로 애쉬랜드에서 업랜드로 우리의 터전은 점점 더 낮은데로 내려오지만 우리에게 허락하실 감사는 점점더 커지리라 믿는다. 미국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로 손가락에 꼽힌다는 어스틴, 어스틴을 떠나며 6년간 살았던 학생 아파트 앞에서 우리부부가 손잡고 기도하며 펑펑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내는 감사를 말로 다 할 수 없어 눈물밖에 나오지 않았노라고 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눈에 보이는, 느껴지는 감사로 충만 했었다. 그리고 이곳 애쉬랜드에서는 이런것이 조금 부족한 가운데서도 감사함을 주셨다. 이제 업랜드에서는 보이지 않는것 만져지지 않는것을 통한 감사함의 축복을 받기를 소망한다. 그곳에서도 주님은 우리에게 감사의 마음을 허락하실 것이고, 이를 바라보며 우리는 흥분한다. 그리고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나면서 영원한 약속을 직접 뵈올 때는 더욱더 큰 감사를 허락하실 것을 기도하며…

 2004년 여름

오래곤 애쉬랜드에서

장진집사는 저희 교회에서 2003년까지 안수집사로서, 호산나성가대, 금요 찬양팀 등 여러곳에서 봉사했었습니다. 현재는 오레곤을 떠나서 인디애나주의 Taylor University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겨자씨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