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칼럼
새로난 창문
w 박용진 목사
“주님과 우리의 관계는 인격적이어서 대화를 해야한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야 기도도 힘이 있다.”
필자의 방에 지난 달에 창문을 하나 새로 내었다. 관리부에서 업자를 고용하여 두꺼운 벽을 한치쯤 뚫어내고 큼지막하게 창문을 달아주었는데 얼마나 시원해 보이는지 모른다. 부임한지 한달쯤 지나서 목양실에서 근무하는동안 어쩐지 몸이 찌뿌둥하고 쉽게 피로가 오는 것을 몇번 느꼈는데 하루는 아주 몸이 안좋아서 집에 일찍 돌아가 긴 잠을 보충해야만 했다. 아마 부임초기의 긴장 때문인가보다. 혹은 하루에 두세번씩 집에서 교회를 오가는 일이 좀 피로한가 보다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날은 그렇게 피곤할 일도 없었는데 몸이 마치 물먹은 솜처럼 지치고 힘이 들었다. 그제서야 필자가 하루종일 근무하는 방에 전혀 창문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날씨가 쌀쌀하니 아침에 출근하면 히터를 틀어놓았었는데 창문도 없는 방에서 문까지 닫아두고 온종일 일을 보았으니 당연히 공기가 탁해지고 산소가 부족하여 몸이 축 처지고 만 것이었다.
그래서 창문을 내고보니 얼마나 방안이 환해지고 또 공기도 시원하고 기운이 솟는지 모른다. 신선한 공기가 건강에 이렇게 중요한 것을…. 이전의 목사님들께서는 창문도 없는 방에서 어떻게 지내셨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새벽기도를 마치고 목양실에 들어와서 하는 하루 일과의 첫번째 일이 창문을 활짝 열어서 신선한 공기를 방안으로 한아름 끌어들이는 일이 되었다. 그러면 쏱아져 들려오는 아침새들의 소리가 방안의 분위기를 숲속으로 바꾸어준다. 이름도 알수 없는 다양한 새들의 소리는 마치 합창을 부르듯 들려오는데 참 듣기 좋다. 길게 울어대는 놈, 짧게 우는 놈, 둔하게 우는 놈, 경쾌하게 울어대는 놈, 마치 딱따구리처럼 거의 망치소리를 내는 놈 등등….
두꺼운 콘크리트 밖에 이처럼 화려한 자연이 있을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자연친화적 근무실이 된것이다. 창문 곁에는 한쪽의 잔디밭과 울타리나무 한그루도 서 있어서 방안에 서서 팔짱을 껴고 창밖을 내다보는 일이 근무 중 유일한 휴식 취미가 되어가고 있다. 성프란치스코는 새들과 짐승들과도 대화를 했다는데 필자는 새소리를 그저 듣기만 할 뿐 그 뜻을 알아듣지 못한다. 하지만 새소리가 의미로는 오지 않지만 감정으로는 다가오기에 때때로 기쁨의 음악으로, 일하는 리듬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합창으로 들려온다.
많은 경건한 하나님의 사람들이 자연을 통해 들려오는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었다. 엘리야는 호렙에 올라 폭풍소리, 바위가 터지는 소리를 듣고 그 후에 영혼에 밀려오는 세미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악한 영에 사로잡힌 사람은 산에서 부는 바람소리 속에서 조차 마귀의 음성을 듣지만 성령에 사로잡힌 사람은 모든 자연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 오늘 많은 신자들이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 힘쓰기보다는 자신의 소원을 아뢰는데 더 많은 관심과 에너지를 쏟는다. 하지만 주님과 우리의 관계는 인격적이어서 대화를 해야한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야 기도도 힘이 있다. 예배와 집회 중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사람도 있고 홀로 고요히 묵상기도하면서 듣는 사람도 있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도 한다. 머리위에 파아란 하늘을 두고도 하루 중 한번도 올려다 볼 수 없는 분주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에 눈길을 주는 생명에 대한 여유와 사랑이 우리가 받은 믿음을 더욱 아름답고 풍요하게 다듬어준다.
창문 한쪽내고 좋아서 혼자 행복해 하는 목사의 심정을 새와 나무들이 알랴마는 그래도 그들을 바라다봐주고 그들의 소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기에 저들의 존재가 더욱 가치있는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땅의 인간들이 그렇게 열심히 합창을 해도 하나님께서 무시하거나 듣지 않으신다면 우리는 오늘 얼마나 절망적이고 답답한 신앙생활을 할까 생각하기만 해도 끔찍하다. 그래서 오늘도 필자는 아침 새소리를 들으려고 긴 호흡을 하며 새로 난 창문에 한발짝 더 다가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