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

정동진(正東津)

                                                       w  강래구 집사

우리나라에서 (혹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사는 어딘지 아세요? 정동진이랍니다. 정동진 역에서 기차를 내리면 바로 바다 백사장이 코앞에 보입니다. 이번 겨자씨 봄호에서는 정동진(正東津) 을 소개해 드립니다.

정동진(正東津)은 한자 그대로 한양의 광화문으로부터 정확히 동쪽으로 내달으면 닿게 되는 바닷가라고해서 '정동진(正東津)'이라 이름지어졌다는 유래를 가지고 있답니다.

아주 조그마한 간이역인 정동진이 이제는 새해 첫날 일출을 맞이하기 위해 거의 매해 (사실은 드라마 모래시계 방영후 부터, 1994년) 수십만에서 수백만의 사람들이 찾는 국가적인 명소가 된 것은 무엇이라 해도 모래시계의 감동탓이라 생각되네요. 무슨 연고인지 본 기자는 그리도 당시 장안의 화제였던 모래시계를 시청하지 못했던 고로 정동진이란 이름도 그저  스쳐지나가는 지명일 뿐이었죠. 이번에 정동진을 소개하면서 모래시계도 보지 않고 정동진을 읊는 것은 프로 (?) 답지 않음을 통감하여 드디어 모래시계를 다시 보았습니다.  어디가 정동진일까 하면서 말이죠. 모래시계를 틈틈히 몇주에 걸쳐서 다 보았는데도 정동진은 없더라구요. 여기저기에서 정동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면서 문득 스쳐지나가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극중에서 학생운동으로 인한 수배령을  피해 외딴 바닷가 마을에 피신해 있던 혜린이  역시 공장노동자였으나 고문의 후유증으로 정신을 놓고 살던 한 처녀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히게 됩니다. 그 때 그녀, 혜린이 광주로 (당시 광주사태의 현장)  떠나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던 그 역사가 바로 정동진이었던 거예요. 바닷바람에 혜린의 긴 머리가 하염없이 날리며 저 멀리에서 기차가 들어  오고 또 개찰구에서는 그 정신 놓은 가엾은 처녀가 경찰에게 손짓으로 혜린을 주목하는 그 세 장면이 느린 화면으로   교대되어 보여집니다.  그때 기차길이 바닷가 백사장과 나란히 달리던 그 곳이 정동진역 인 것을 후에야 알게 된 것이죠. 사전 지식이 전혀 없이는 그저 지나가는 조그만 간이역일뿐인 정동진을 알아채지 못 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죠. 그많큼 소박한 기차 역사였죠. 언제가 정동진을 가게 되면 꼭 머리는 생으로 길게 느려 뜨리고 꼭 바람이 많이 부는 그런 날이면 어떨지요.

모래시계는 그 제목이 참 시사하는 바가 깊더라구요. 달도 차면 기울 듯이 모래 시계 속의 모래가 위에서 아래로 다 내려와서 아래부분에 꽉 찬 듯 싶어도  뒤집으면 다시 모래는 위가 된 아래에서 빠지기 시작한다는  뜻으로 사용되었더군요.  마치 잠언에서  솔로몬이 “해아래 영원한 것은 없다 ”  라고 탄식 했던 것과 비슷 하더라구요.

정동진은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현장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사실은 광활한 바다와 깎아지른 해안절벽이 너무 뛰어나 그 동안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이 찾은 곳이랍니다.

서울에서  정동진을 가시는 방법으로는 일단 고속버스를 타고 대관령고개를 넘어 강릉까지 가신후 그곳에서  정동진행 기차를 타는 방법과   강릉에서 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 가는 자동차 여행이 있답니다.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바닷가와 나란히 기암절벽이 굽이굽이 이어지고 그 아래 우거진 송림 사이로 아기자기한 백사장이 펼쳐진 모습을 보는 것도 또한 일품이겠네요.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정동진의 제1경은 일출입니다. 소나무와 철길이 어우러진 일출장면은 정동진만의 자랑입니다.  서울서 정동진행 무박이일 기차를 타면 일석 이조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