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기

The Passion of Christ를 보고

길이요 진리요 생명 되신 주 예수 그리스도

w 탁수연집사

우리의 인생은 여행 길이고 그 길은 수많은 갈래 길의 연속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끝이 언제일지 우리는 도무지 알 수 없으나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 의지대로 하나하나의 길을 선택하며 살아갑니다. 저는 때론 멀고 험한 길을 돌며 어둠 속에서 방황하기도 했고 때론 길을 다시 찾기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길과 방향은 오직 하나인데 말씀에 순종치 않고 선하지 않은 길로 알게 모르게 잘못 들어갔다 후회하는 일들을 만드는 것이 제 인생이었습니다. 이런 저의 인생의 한 지점에서 "The Passion of the Christ"라는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고 이 작품을 통해서 어느 때보다도 환한 길을 발견할 수 있었기에 그 기쁨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여러분들과 함께 하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구세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의 마지막을 그린 작품입니다. 물론 중간 중간에 플래시 백으로 어린 시절의 일을 포함해서 과거의 일들이 간단히 삽입이 되어 있고 마지막 장면에서도 부활하셔서 무덤에서 나오시는 그의 얼굴과 못 자국이 선명한 손목이 클로즈 업 되어 나오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줄거리는 그의 최후 24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주제는 역시 십자가의 고난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은 역사적인 사건이고 그 동안 성경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던 것이었지만 영화 속에서의 강한 시각적 이미지들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담당 로마 병사들의 과도한 채찍질로 살이 문자 그대로 갈기갈기 찢기고 찢겨 나가 온 몸이 피 범벅이 되고 고통으로 계속 신음하시고 손이 떨리셨습니다. 그런 몸이 가시 면류관에 찔리시고 육중한 십자가에 눌리시면서 길고도 가파른 골고다 언덕을 오르실 때 군중들은 그를 조롱하고 멸시했습니다. 게다가 십자가상에서는 어깨가 빠지고 손목과 발목에 못이 박히는 등의 고난을 당하십니다. 인간을 죄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그토록 자신을 희생하셨어야 되다니. 이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과거 범죄 사실을 자백한 사람들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제 자신의 죄 많은 부끄러운 과거를 이주 심각하게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죄인인 줄은 알았었지만 그렇게 많은 종류의 잘못과 죄를 지은 줄은 몰랐었는데 그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와 함께 주님의 고난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그토록 고난을 받으실 수밖에 없으셨습니다. 저의 죄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아서 저 대신 벌을 받게 된 예수 그리스도는 어쩔 수 없이 그에 상응하는 혹독한 벌을 받게 된 것입니다. 지나치게 길고 잔인하다고 비난을 받기도 한 고문 장면도, 참혹한 십자가 처형을 자세히 재현한 것도 그 진정한 의도는 인간의 죄가 그렇게 헤아릴 수 없이 많고 크다는 점을 관객들에게 일깨워 주려는 게 아니었을까요? 흥행의 성공만을 겨냥한 장치는 아니라고 봅니다. 사실 아무리 상상을 잘 해 본다 해도 실제 십자가의 고통은 그 심도를 측량할 길도 없고 사람의 말로도 그리고 영상 기술로도 온전히 표현할 수 없을 겁니다. 이 영화는 예수 그리스도가 당하신 고난의 강도가 인간의 죄의 무게와 깊이에 비례한다는 점을 보여 주었습니다.

또한 곳곳에서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은 죄 많고 허물 많은 저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어 주었습니다. 그들의 모습이 바로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이 예수를 못 박히게 하였듯이 저의 죄가 그로 하여금 채찍에 맞고 십자가에 못 막히게 했던 것입니다. 저의 비겁함, 두려움, 배신, 절망, 자기 환멸, 시기심. 신앙적 교만, 영적인 어두움. 비양심, 이기심, 무관심 그리고 특히 남을 용서 못하는 마음. 이 모든 죄와 허물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야말로 상황에 따라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거나 주님을 당당히 증거하지 못 할 때가 많았습니다. 베드로처럼 생명의 위협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는데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가롯 유다처럼 저에게 사랑을 베풀어주신 하나님과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또 회개에 힘쓰기보다는 절망과 자기 환멸에만 빠진 적도 많았습니다. 예수에게 신성모독의 죄를 씌우며 그를 메시아로 인정하지 못했던 아니면 경쟁상대로 생각했던 대제사장들처럼 저도 제가 믿는 방식만이 옳다는 교만과 우월한 자에 대한 시기심 때문에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 한 적도 많았습니다. 또한 식민지에서의 소요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와 신변에 대한 불안을 느낀 빌라도는 예수에 대한 헤롯의 무죄 판정과 아내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군중들의 압력에 굴복해 스스로도 확신이 없는 결정을 내리기에 이릅니다. 그처럼 저도 저의 안전과 세상적인 욕심이 앞서거나 무관심한 탓에 정의와 양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때도 많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해자였던 유대 군중과 로마 병사들과 저는 닮은꼴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몰랐던 그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영적인 눈이 어둡기 때문입니다. 주위 사람들의 영혼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지 못 하는 장애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는 줄도 몰랐던 것입니다.

여기에서 영화가 끝났다면 저의 마음은 무겁고 괴롭기만 했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던져지는 구원의 메시지에 기쁨을 얻을 수 있었고 그것이 바로 제가 이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십자가상에서의 예수님의 모습과 얼굴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병사들이 손에 못을 박는 순간에도, 대제사장이 조롱을 할 때도, 그는  그들을 놓고 "저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을 모릅니다. 저희들을 용서해 주시옵소서."라고 하나님께 기도하셨습니다. 또한 마지막 순간에는 "당신의 손에, 저의 영혼을 맡기옵나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모습에서 우리를 향하신 그의 무한하시고 무조건적인 사랑과 용서,  그리고 절대자 하나님께 대한 절대적 순종과 신뢰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눈빛은 (실제로는 배우 Jim Caviezel의 눈이지만) 어린양의 무저항과 철저한 순종의 빛이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그의 메시아로서 역사적 사명이 진정 이루어졌으며 제가 진정 그를 믿고 따르면 저도 구원해 주실 거라는 확실한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확신이란 아, 바로 이것이 나의 길이고 아, 이것이 진리이고 아, 이렇게 삶으로써 참 생명을 얻을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었습니다.

방관자로서든 아니면 넓은 의미에서 예수의 추종자로서든 십자가 처형이라는 고통의 시간에 동참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 엄청난 사건에 놀라고 감화 감동될 수밖에 없었겠다고 제가 믿을 수 있게 된 것은 영화 제작자들의 훌륭한 예술적인 감각 덕분이었을까요? 아니면 성령님의 도우심이었을까요? 그 당시 유대인들이 고대하던 진정한 메시아가 오셨다는 비밀스러운 뉴스에 일부 유대인들이 놀라고 목숨을 바쳐서까지 그 "Good News"를 온 세상에 전파하고자 했던 것에 비교하면 제 반응은 아주 미약한 것이지만 저의 작은 심령에도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밤에 몇 시간을 기다리다가 겨우 마지막 회를 봤는데도 왠지 새 힘이 솟아나고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피로도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기쁜 마음에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구원을 얻으리라는 희망과 마지막 날에도 나를 받아주실 분이 있다는 든든한 믿음과 소망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나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입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 부끄러운 나의 죄. 회개하고 나서 망각 속에 파묻어 버리고 다시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데 그것이 저로서는 참 어렵습니다. 과거의 옛사람으로부터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어려운 일이 닥치면 또 다시 절망과 혼란에 빠지곤 합니다. 주님께 의뢰하기보다는 자신이 어리석은 줄도 모르고 제 방식대로 해결하려고 하고 제가 감당해야 할 짐을 마음속에서 극대화시키기만 합니다. 잘못을 하고 나서도 회개하고 주님의 품에 돌아 온 베드로를 닮으려는 마음보다는 가롯 유다를 닮으려는 마음이 앞서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기뻐 받으실 만한 일에 힘쓰지 않는 것, 저의 믿음이 흔들리는 것은 영화 속에서 그랬듯이 어디서든 사람들을 노리고 있던 바로 그 마귀, 다시 말해 제 마음속에 있는 내부의 적에게 패배하기 때문이겠죠. 인간이 연약한 존재라고 자기 합리화도 해 보고 스스로를 위로해 봐도 제자리걸음인 저의 믿음에 대해서는 부끄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겟세마네 동산에서 마귀의 유혹을 이기시기 위해 피땀 흘려 기도하셨습니다. "당신 뜻대로 하옵소서."하는 마음과 함께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가옵소서."하는 마음도 있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엘리 엘리 라마 사막다니" 라고 하실 수 밖에 없었던 가장 부조리한 그 순간에도 정녕 그것이 이루어져야 할 하나님의 뜻이었기에 하나님께 그의 영혼을, 그의 모든 것을 맡기셨을 뿐입니다. 또한 플래시백 장면에서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의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라."고 명하셨습니다. 요즘 저는 십자가 위에 계셨던 예수님의 사랑, 용서, 순종의 그 눈빛과 우리에게 내리신 지상 명령들이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고 떠오릅니다. 이것이 빌라도가 생각했던 "진리"와는 다른 참 진리, 곧 절대적 진리라고 믿습니다. 이것을 잊지 않도록 열심히 기도해야 될 줄 압니다.

앞으로는 원컨대 오직 주님께 의지하는 삶, 그의 인도를 따라가는 삶만을 기원합니다. 저의 삶이 칠흑 같은 어둠에 싸이고 메마른 땅에서 방황하더라도 평생토록 빛 되신 주님, 참 생명의 포도나무이신 주님만을 바라며 살도록 지켜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갈 길 몰라 헤매는 한 마리 양과 같은 저에게 선한 목자가 되어 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이 땅에서의 삶이 다하도록 말입니다. 하나님의 미미한 피조물이자 소유물인 제가 주인 되시는 분께 돌아가는 그 순간, 긴 여행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 때까지 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그가 화목제로 보내심을 받으셨습니다. 성소의 휘장은 이미 위 아래로 찢어지고 그의 보혈의 공로로 이제는 하나님과 우리가 화해를 이루고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그를 믿는 여러분들과 제가 하나님께로부터 자비와 긍휼로써 죄 사함 받은 줄로 믿습니다. 또한 항상 주님과 함께 하시는 삶 속에서 그 은혜로써 영혼이 평화를 얻으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주 다시 돌아오실 때 날 안다 하시고

또 나를 받아 주실 줄 난 확신 합니다.

내 안에 주님 계시고 주 안에 나 있어

그 한량없는 기쁨과 참 안식 얻도다."

제가 좋아하는 찬송가 16장의 일부입니다. 이렇게만 되면 정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겁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과 저의 하루하루가 감사와 기쁨이 넘치시고 참 평안을 얻으시며 축복을 나누시는 시간들이 되시기를, 길이요 진리요 생명 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